
OTT 관람
나는 평소 액션 영화 좋아하는 20대라서 ‘휴민트’ 개봉했을 때 꽤 관심 있었던 작품이다. 특히 류승완 감독 특유의 액션 스타일 좋아하는 편이라 ‘베를린’ 느낌 난다길래 더 기대했었고, 오랜만에 한국 액션 영화 중에서 볼만한 거 나왔다 싶었다. 근데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하필 그 시기에 ‘왕과 사는 남자’가 터져버리면서 자연스럽게 선택이 갈렸다. 솔직히 둘 중 하나 보라 하면 대부분 왕사남 갔을 듯. 나도 결국 그쪽 선택했고, 그렇게 휴민트는 “나중에 봐야지” 리스트로 밀렸다. 그런데 요즘 영화 시장 진짜 빠르긴 빠르다. 개봉한 지 두 달도 안 돼서 넷플릭스에 올라와버리니까 굳이 극장 갈 필요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오히려 이 정도면 극장에서 봤으면 살짝 돈 아까웠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요즘은 확실히 OTT 중심으로 소비 방식이 바뀐 게 체감된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랑 별개로, 타이밍이랑 경쟁작에 따라 극장 성적이 갈리는 느낌이다. 결국 휴민트도 작품 문제라기보다는 시장 상황 때문에 OTT로 빠르게 넘어온 케이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
이 영화에서 제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액션은 볼만하다” 이거다. 류승완 감독 영화답게 기본적인 타격감이나 속도감은 확실히 살아있고, 특히 중반부터 나오는 액션 시퀀스는 몰입도가 꽤 높다. 조인성 액션도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키 크고 팔다리 길어서 그런지 움직임 자체가 시원하게 보이는 느낌이 있고, 총 쓰는 장면도 깔끔하게 떨어진다. 약간 ‘존윅’이나 ‘본 시리즈’ 느낌 섞인 스타일인데 한국식으로 잘 풀어낸 느낌이다. 카메라도 핸드헬드 위주라서 현장감 살리는 데 집중한 티가 난다. 다만 완전 요즘 스타일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뭔가 전반적인 연출이나 액션 리듬이 살짝 올드한 느낌이 있다. 요즘 관객들이 좋아하는 세련된 컷 분할이나 과감한 편집보다는, 조금 더 전통적인 액션 영화 문법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래서 액션 자체는 재밌는데, “와 개쩐다”까지는 아닌? 딱 잘 만든 한국 액션 영화 느낌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OTT로 보기엔 충분히 만족스러운 퀄리티라고 생각한다.
현실감
액션 영화니까 어느 정도 과장은 당연히 감안하고 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가끔 그 선을 살짝 넘는다. 대표적으로 총 맞고도 멀쩡하게 움직이는 장면들. 물론 영화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는데, 계속 반복되니까 몰입이 살짝 깨진다. “아니 저 정도면 이미 끝난 거 아니냐” 싶은 순간들이 몇 번 있다. 그리고 첩보 영화 느낌을 기대하면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제목이 ‘휴민트’라서 뭔가 치밀한 정보전이나 심리전 같은 걸 기대했는데, 막상 보면 액션이랑 멜로 비중이 더 크다. 체감상 첩보 2, 액션 4, 멜로 4 정도 느낌. 그래서 처음 기대했던 방향이랑 달라서 약간 당황할 수도 있다. 특히 초반 전개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캐릭터 관계도 빨리 읽혀서 긴장감이 엄청 크진 않다. 대신 후반으로 갈수록 액션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결국 이 영화는 현실적인 첩보물이 아니라, 감정 + 액션 중심 영화라고 보는 게 맞다. 이 포인트를 알고 보면 덜 실망하고 볼 수 있다.
로맨스
중간중간 들어가는 로맨스 라인은 역시 한국 영화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역시 또 들어가는구나” 싶은 느낌. 근데 문제는 이게 그렇게 설득력 있게 느껴지진 않는다는 거다. 박정민이랑 신세경 사이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쌓인다기보다는, 어느 순간 갑자기 연결된 느낌이라 몰입이 살짝 어렵다. 특히 박정민은 연기 자체는 진짜 잘하는 배우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캐릭터보다 배우 본인이 더 보이는 느낌이었다. 북한 말투나 설정은 잘 소화했는데도 뭔가 신비감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박정민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그런지 캐릭터 자체에 완전히 몰입되진 않았다. 그렇다고 못한 건 절대 아닌데, 역할이랑 배우 이미지가 100% 붙진 않은 느낌. 오히려 액션 장면에서는 훨씬 자연스럽고 잘 어울린다. 그래서 더 아쉬운 케이스다. 로맨스만 조금 더 자연스럽게 풀렸으면 영화 전체 완성도가 훨씬 올라갔을 것 같다.
총평
결론적으로 ‘휴민트’는 잘 만든 영화는 맞다. 액션 퀄리티도 괜찮고, 연출도 기본 이상은 확실히 한다. 다만 요즘 관객 취향을 정확히 저격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약간 옛날 홍콩 누아르 감성 + 한국식 액션이 섞인 느낌이라, 이걸 좋아하는 사람은 재밌게 보고 아니면 조금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OTT로 보기에 딱 좋은 영화였다. 극장에서 봤으면 살짝 아쉬웠을 수도 있는데, 집에서 편하게 보기엔 만족도 괜찮은 편. 참고로 쿠키 영상은 없어서 엔딩 크레딧 올라가면 바로 꺼도 된다. 관객 수는 약 198만 정도, 평점은 7점대 중반인데 딱 그 정도 체감이다. 막 인생 영화는 아니지만, 가볍게 보기엔 나쁘지 않은 수준. 한국 액션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볼만한 작품이다.